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약화되었던 소득 양극화 현상이 지난해 다시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의 소득이 역대 최대 폭으로 추락하면서 빈부 격차가 다시 벌어지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4분기 및 연간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연간 가구당 월평균 소득(명목·전국 2인 가구 이상)은 437만9000원으로 전년보다 0.6% 늘어나는 데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빈곤층 소득 5.6% 급감… 전체 소비·지출도 감소
0.6% 증가율은 직전 연도(1.6%)보다 증가율이 1.0%포인트 대폭 줄어든 수치로 2003년 전국단위 통계가 작성된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임시일용직 근로자 감소, 영세자영업 경쟁 심화 등으로 1분위 저소득층의 소득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집계됐다.
1분위 가국 소득이 전년 대비 5.6% 감소세를 보인 반면 5분위 가구 소득은 2.1%, 3분위 가구소득은 1.3% 증가를 보여 소득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상위 20% 가구 소득을 하위 20% 가구 소득으로 나눈 5분위배율은 8년 만에 다시 악화돼 2016년 4.48을 기록했다.
소득 5분위배율은 대표적인 양극화 지표 중 하나다. 5분위배율은 2008년 4.98로 피크를 찍을 때까지 상승하다가 각종 맞춤형 복지 도입과 함께 2015년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해왔다.
소득 여건 악화에 대내외 불확실성, 정치 불안 등이 겹치면서 지출도 최저치를 기록했다. 가국당 월평균 가계지출은 336만1000원으로 전년 대비 0.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계지출이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인 것은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가구 평균소비성향은 71.1%로 0.9%포인트 하락해 5년 연속 최저치를 경신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평균소비성향은 69.7%로, 분기 기준 역대 최저이자 사상 처음으로 60%대로 내려앉은 것으로 집계됐다.
김보경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2014년과 2015년에는 기초연금, 맞춤형 복지 등으로 이전소득이 많이 증가해 1분위 계층의 소득 상황이 괜찮았다"며 "지난해에는 소득 1분위 계층의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감소폭이 늘면서 소득지표가 악화되고 지출·분배지표도 동시에 악화됐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소득양극화 현상아 다시 심화되기 시작한 이유는 경기 침체와 정치 불안의 직격탄이 고스란히 소득 하위 계층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월급봉투가 두꺼워진 고소득층은 지출을 다소 늘렸지만 저소득층은 얇아진 월급봉투에 지갑을 닫았다.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4분기 및 연가 가계 동향'을 보면 이러한 경향을 파악할 수 있다. 작년 한 해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44만7000원으로 2015년보다 5.6%감소했다. 소득 감소 폭은 2003년 전국 단위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컸다. 1분위 소득이 줄어든 이유는 사업·근로소득이 각각 17.1%, 9.8% 감소한 영향이 컸다.
특히 사업소득 급락은 영세 자영업자 간 경쟁이 심해진 게 주된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영세 자영업자로 꼽히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꾸준히 감소하다가 작년 2만8000명으로 늘어나면서 증가세로 전환했다. 한계업종에서 퇴출당한 근로자들이 자영업자를 전전하다가 다시 추락하는 현상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앞서 2015년까지는 저소득층 복지제도 확충 등 이전소득(연금, 수당 등 생산활동을 하지 않아도 정부가 무상으로 주는 소득) 증가로 1분위 가구 소득이 보전되는 측면이 컸다. 하지만 이제 이 기저효과도 사라지고 경기 침체에 따른 타격을 저소득층인 1분위 가구부터 받아 양극화가 악화되는 셈이다.
소득 하위 계층의 소득은 줄어든 반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834만8000원으로 1년 전보다 2.1% 증가해 대조를 이뤘다. 4분위 가구는 1.3%, 3분위 가구는 0.2% 증가율을 보였다. 고소득층일수록 소득 증가율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반면 소득이 낮은 층일수록 정확하게 비례해 소득이 감소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영향으로 빈부 격차가 더욱 벌어져 소득 5부위 배율은 전년(4.22배)보다 커 악하되 4.48배를 기록했다.
이 같은 구조는 소득뿐 아니라 지출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2015년 연간 소비지출은 5분위는 1.1%, 4분위는 0.5% 증가를 보였지만 3분위는 -1.2%, 2분위니 -3.9%, 1분위는 -1.1%로 모두 전년 대비 감소세를 나타냈다.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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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은 5.6% 줄고, 고소득층은 2.1% 늘고, 금액으로 환산하면
저소득층은 153만원→144만원으로 줄고, 고소득층은 817만원→834만원으로 늘었습니다.
저소득층은 5.6%가 9만원이지만, 고소득층은 2.1%가 17만원입니다.
고정지출을 고려한다면 타격이 더 크지 않을까 생각됩니다.